글마다 제목을 써야한다는 건 매우 귀찮은 일이다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내 블로그 잡초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거의 야산 어드메인지 구분도 안될 정도인 듯하다.
용서해라. 게으른 주인을..

 딱히 할 말이 있는 건 아닌데 빨래 돌리는 동안 기다리면서 할 일이 없어서 토닥토닥 키보드나 두드리기로 했다.


 내가 생각한 박사과정의 연구는 뭔가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게 만들어가는, 몰랐던 걸 알게 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겪고 있는 박사과정이란 건 할 수 있겠다 생각한 걸 지금의 나는 할 수 없구나 라는 것만 깨달아 가는 과정인 듯 해서
뭔가 슬프고 화가 난다.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고 있는 건 맞나보다. ㅎ
무력감을 학습하게 될까봐 걱정이라 자꾸만 퍼져 있는 내 자신이 무서워진다.
좀 열심히 뛰어야겠다.
확실히 그 사람이 제 할 일을 못해서 그 여파를 우리들이 직격으로 맞고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원망만 하고 있다간 정말 넉다운될 것 같아.
난 좀 더 사람 보는 눈을 키워야 해.


 얼마 전 오랜만에 동기 모임을 가졌다.
원래는 동기 오빠에게 신세진 것도 갚을 겸 친한 몇몇과 조촐하게 술 한잔 할 생각이었으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겨 동기 모임이 되어버렸다. 헐.
뭐,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동기들이 반갑고 좋았는데, 결혼하신 오빠가 술을 한잔 하시고 나타나셔서는 하필이면 옆 자리에 앉아서 줄창 잔소리를 해대는 거였다. 전에 잠시 만났던 분의 친구분이셔서 그런지 남자 문제로 어찌나 잔소리를 하시던지.-_ -
넌 아직 철이 없다. 눈을 좀 낮춰라. 넌 사람을 좀 더 챙겨주고 아껴줘야 되는데 그러지를 않는다. 등등..
꼭 그래야 되나요 하하.. 하는 나에게 너가 25,26살이면 그렇게 튕기고 도도한 거 오빤 찬성이지만 이젠 아니잖아.
뭐 이런 잔소리들..
아마 전에 만났던 그 분 께서 당시 가졌던 불만들인 것 같다. ㅋ
다른 건 나도 다 인정하는데, 난 전부터 내가 솔로인 기간에는 왜 사람들이 다들 눈을 좀 낮추라고 하는지 이해가 잘 안갔다.
여자는 젊고 예쁜 게 쵝오다! 하는 게 남자들의 여자 보는 기준의 절대적인 법칙이라면, 수긍할 수 있겠다.
그치만 그게 다가 아니잖아. 나이나 외모도 물론 절대 무시할 수 없겠지만 다른 중요한 기준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만약 저것이 다라는 남자라면, 얼굴은 장동건에 몸은 소지섭이고 경제적 능력은 빌 게이츠라고 해도 싫다. 

내가 내 나이 25,26살 때보다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많이 채워진 사람이 되었고 앞으로도 더 많이 채워갈 텐데, 그만큼 나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고 스스로 자부하는데, 단지 2년의 시간이 준 주름 때문에 내가 만날 사람에 대한 잣대를 낮출 필요는 없잖은가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년의 시간이 준 성숙함, 지혜, 그리고 세련됨을 나는 사랑한다.
그러니 그만큼 사람을 만나는 데에 더 신중하고 까다로워질 수 밖에 없다.


 뭐,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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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싫다


- 2주동안 날치기 초록 준비로 식겁하고 났더니 우선 데이터 좀 없이 내기로 결정된 어제서부터 정신줄을 놔버렸다. 이거 잘못하면 떨어지겠다 싶으면서도 에이 모르겠다 심정이 되어서인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네. 장비 빌리려고 여기저기 연락하기도 지겹고 해실해실 웃으면서 부탁하는 것도 좀 쉬어가며 해야지, 사실 막말로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안빌려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야속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으나 계산이 전공이어서 그런지 실험에 대해 다소 쉽게 생각하시는 것만 같은 교수님이 조금 원망스럽긴 하다. 그렇다고 결과 못낸다고 막 쪼거나 닥달하시진 않으니 감사하긴 한데 한 편으로는 욕심을 좀 내주셨으면 싶기도 하다. 그래서 말인데요 교수님. 저 장비 사고 싶어요. 좀 비싸더라도 사주세요. 아니, 난 비싸더라도 사야겠어. 앞으로 계속 할 실험인데 매번 샘플들고 다른 데 쫓아가는 짓은 죽어도 못하겠심. 가격은 제가 알아볼테니 교수님은 ok만 해주시압!


- 날씨가 짜증나게 춥네. 너무 따뜻해져서 겨울옷 정리해넣고 났더니 딱 그 담날부터 이 꼬라지로 추워. 지금도 팔에 털이 송송 서있어서 저녁때 털이나 밀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추운 거 싫은데... 아무리 코트라고 입어도 트렌치 코트는 보온성이 거의 없고 머플러라고 둘러도 봄 머플러는 바람이 슝슝 통하는 거다. 겨울옷 다시 꺼내야 하나. 있다가 밤에 나갈 때는 방에 가서 겨울옷 꺼내 입고 나갈까 보다. 


-  어제가 생일이었다. 그랬더니 엄마가 사랑과 감동을 듬뿍 담아 축복의 문자를 퍼부어주셨다. 그 중 하나님께서 축복을 내려주실 거라 뭐 그런 내용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어제 내가 받은 것(?)들은, "장비를 구하다 구하다 못구해서 초록에 데이터 못넣겠다고 결론 내린 것"과 "간만에 생긴 소개팅이라고 약속 늦게 잡은 것도 참고 나가보자 했더니 그나마도 당일날 연락와서 미루자고 한 것(결국 짜증나서 안하기로 했다)", "그나마 친구 만나서 좀 놀까 했더니 만나지 30분 만에 으슬으슬 추워오면서 콧물이 나서 일찍 파장하고 들어와 감기약 먹고 자야했던 것"이다. 물론 랩에서 사준 고구마 케익은 맛있었고 엄마의 축하 문자는 감동이었지만, 고구마 케익 값은 랩비로 청구한다고 후배에게서 영수증을 받았고(우리랩은 원래 그렇게 한다. 그래도 내 생일에 영수증을 내가 받으니 뭔가 찝찝했심) 엄마의 문자는 간밤에 온탓에 감기약에 취해 잠결에 봐서 감동은 오늘 아침에사 느낄 수 있었다. 아, 매해 오는 생일이라 대수로울 건 없지만 참 올해따라 지랄맞네 그거. -_ -


- 오늘 수정언니와 간만에 수다를 떠는데, 수정언니가 그랬다. 언니가 내 나이 때는 이것저것 따지고 생각이 많아서 아무나 못만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게 아니라고. 이왕 만나다 헤어지나 아예 안만나나 똑같은데 더 만나보는 게 그래도 낫지 않겠냐고. 그래서 아무나 만나게 되면 만나 보라고. 그럴까요? 라고 맞장구는 쳤지만, 사실 그 '아무나'가 없는 걸 어쩌겠나 싶었다. 내 주 생활처는 랩인데 우리 랩의 절반 이상은 유부남이고 또 그 나머지의 절반은 외국인인것을... 그리고 지금 생각은 그냥 남자 친구는 됐고 남자 친구만큼 든든한 EL 장비를 살 수 있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 것만 같다는 것. 거기에 CV도 찍을 수 있음 F4 네 명한테 동시에 고백받는 기분일 듯. 그러면 난 올 한 해 솔로여도 괜찮아. 쟤네 사면 밥 안먹어도 배부르고 등 안긁어도 시원할 것 같애. 교수님 사주세요.


- 얼굴 점, 목 점 다음으로 팔에 생기는 점이 딱 싫은데, 지금 보니까 오른쪽 팔에 점이 하나 생겼네. 이것도 설마 하나님이 주신 축복? 취직해서 돈 벌게 되면 점부터 좀 빼러 가야겠다. 아직 몇년이 남은 거야.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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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었어... 느껴져..


 술을 입에서 뗀 지 꽤나 오래됐어서
이제는 술이 좀 싫다 수준까지 되었는데
어제 랩 회식이 참치횟집에서 있어서 지출될 회의비를 생각하며 부들부들 떨면서 횟집에 갔었다.

 근데 또 우리 랩에서 제일 술을 좋아하는 선배가(라고 해봤자 어디까지나 우리 랩에서 제일이다) 옆에 앉아서
참치회에는 쇼쥬라며 술을 권하였고
맥주로 몇번 응대해주다가 결국은 청하에 손을 댔다.

 마침 경균오빠가 4주 훈련에 들어간다 하여
나름 송별파티를 했고
간만에 이런저런 병맥주와 정종까지 한잔 하여
알싸한 기분으로 기숙사로 가려는 찰나.
이런 미친 비가 오고 있질 않던가 -_ -
아무도 우산도 없고
마침 입고 있던 코트엔 모자도 없고
그래서 주룩주룩 비를 맞고 들어왔었다.

 간만에 마신 술에 간만에 맞은 비에
몸이 살짝 화끈화끈하는데
말짱한 정신이었으면 몸이 아프겠다고 시위, 내지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 인지했을텐데
약해진 주량에 기분이 살짝 알딸딸하여 심하게 취하진 않았어도 냉정한 판단 체계는 불가능하였던 지라
덥구나~ 하면서 창문을 활짝 열고 잤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는 묵직하고 몸은 삭신이 다 쑤시고 목은 꽉 막힌 것 같은 게
짜증나게 피곤했다. 

 이젠 청하도 안되는거야.
기분에 비 맞는 짓도 어릴 때나 분위기 찾으면서 하는게지.

 술. 당분간 또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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